2010/08/10 19:51/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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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세종대왕 by Alchan J.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 놓았던 것으로 국문과 복수전공 수업 중 레포트로 제출했던 것입니다. 당시 여론이나 매스컴의 상태가 상당히 과열되어 있던터라 이와 같은 글을 포럼에 올리는 것은 찬물을 끼얹는 것만 같아서 묵혀 두었다가 잠잠한 지금에서야 올려 봅니다.(욕 먹는게 두려웠나 봅니다. ㅡ.,ㅡ)



서  론

최근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인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였다는 사실이 언론의 뉴스 기사화 되면서 국민여론의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도 이를 처음 접했을 때 막연한 애국심에서 비롯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니, 내가 기사를 너무 신뢰했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사를 접하지 못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몇 가지 의문점들을 짚어보고 논해 보고자 한다.



본  론

첫째,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은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우선 인도네시아는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와 지방의 수 백 개의 방언들이 병존, 사용되고 있는 나라이다.(예를 들자면 학교수업은 인도네시아어로, 친구들과 가족 간에는 토착방언으로 대화를 하는 식이다.) 또 이를 표기할 자국의 글자가 없어 로마자를 받아 들여 사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때문에 현재 그들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문자는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글이란 문자를 받아 들였을 때의 이점 보다는 그 부작용을 먼저 예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작용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발현되어야 100% 또는,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문뱅률은 10-15%정도이다. 상대적이겠지만 미국의 문맹률이 21%인 것에 비하면 그다지 나쁜 수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구의 85-90%는 로마자로 표기된 것을 읽고 자국의 언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마자가 이렇게 보급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글의 사용은 도리어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인도네시아의 방송, 뉴스, 공문서, 출판물, 공공시설 안내도 등 모든 표기법은 로마자로 되어 있다. 헌데 이런 상태에서 한글을 받아 드리게 되면 그들은 로마자도 병행하여 사용하여야 하며 이에 따른 시설 교체, 수정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만약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섬 밖으로는 교류를 원하지 않고, 현대사회의 문화생활을 누리지 않길 원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한글의 도입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지금까지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통해 그들의 방송과 뉴스 등 각종 출판물들을 접하고, 문화적 이기들을 누려 왔을 것이다.

예상컨데 찌아찌아족은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와 자신들의 토착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토착 언어를 사멸시키지 않기 위해 한글로 표기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사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그 만큼 인도네시아어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방송, 미디어, 공문서, 출판물 등에서 주로 인도네시아어가 사용되는 상태에서 한글의 파급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앞에 열거한 여러가지 매체에서 한글이 쓰여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한글은 토착 언어만을 위한 글자로 전락 할 수 도 있다.


둘째, 한글이 찌아찌아족이 사용하는 언어의 모든 소리를 표기 할 수 있을까?

일본의 가나는 300여개, 중국의 한자는 400여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하여 11,000개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한글은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하지만 모든 발음을 표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f, v'와 같은 자음은 한글로 표기 할 수 없다. 왜냐하면 'f, v'와 같은 자음은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발음이고, 있다하더라도 각각 'p, b' 발음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한국 사람은 'f/p', 'v/b'와 같은 자음을(같은 자음군으로) 동일 시 하여 생각하기 때문에헷갈려 하고 어려워 할 수 밖에 없다. 또 독일어의 Ä[á:úmlaut], Ö[ó:úmlaut], Ü[ú:úmlaut]와 같은 알파벳과 프랑스의 비음 발음은 한글로 표기함에 곤란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런 예외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찌아찌아족이 사용하는 언어를 한글로 모두 표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쓰이지 않는 한글 자음도 차용하여 쓴다고 하는데 얼마나 보완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런 것들을 열거하는 것은 결코 한글의 우수성을 깎아 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한글은 우리 국민들이 계속 말하고 칭찬하지 않으면 우수성을 잃어버리는 그런 글자가 아니다. 우리 보다도 다른 나의 학자들이 먼저 인정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문자이다.

예를 들어, 과학 전문지 디스커버리 지 1994년 6월호「쓰기 적합함」이란 기사에서,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아래와 같이 극찬한다.
한국에서 쓰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이며,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또 저명한 언어학자인 영국의 샘슨(G. Sampson) 교수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한글은 발성기관의 소리내는 모습을 따라 체계적으로 창제된 과학적인 문자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자 자체가 소리의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해마다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 데 공적을 끼친 단체나 개인에게 매년 상을 주고 있으며, 훈민정음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자화자찬 보다는 조금 더 비판적인 자세로 한글으 되돌아보고 한계점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한계점을 다방면에서 잘 고려하여 전파하여야 하는데, 한글이 그들의 언어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는지도 의문이다. 표기문자의 부족으로 인해 포기하고 잃어버리는 단어들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또는 변형된 한글이 태어나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셋째, 인도네시아 정부의 허가를 사전에 받았는가?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용어로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후 인도네시아어를 국어로 정비하였다. 또 이를 얼마나 지지하며 보급하는지는 1928년 10월 27-28일에 개최된 제2회 인도네시아 청년 회의의 다음과 같은 결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청년의 맹세
 우리 인도네시아 청년 남녀는 인도네시아라는 단 하나의 조국을 가짐을 확인합니다.
 우리 인도네시아 청년 남녀는 인도네시아 민족이라는 단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합니다.
 우리 인도네시아 청년 남녀는 인도네시아어라는 통일 언어를 사용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식적인 말'인 인도네시아어와 '자신들의 말'인 지방어(토착어)의 사용이 병존되기 때문에 토착어를 로마자가 아닌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민통합 문제의 시각으로 볼 때 심각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의 조국, 하나의 민족, 하나의 통일 언어를 추진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언어로는 인도네시아어를 장려할 것이며, 지방어의 지위가 강하다면 표기법만이라도 로마자로 통일 시키시키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이 인도네시아의 정부로부터 허가도 없이 전파된다면 국가 간에 외교마찰이 일어날 수 도 있다. 또 인도네시아 내 소수민족의 언어는 737개(찌아찌아족도 포함)에 이르지만 대부분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이는 도 다른 잠재적인 암초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한글이 제대로 전파가 된 사례가 나온다면 각 소수민족들은 서로 차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무엇보다 우선 시 되어야 한다.



결  론

최근 찌아찌아족의 한글 공식 문자 지정 사용은 여러 가지 잘못된 단어들로 포장 되었다. 예를 들어 '보급, 수출'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애국심과 우월성을 자극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어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의미상 맞지도 않는다. 한 예로 한국, 일본이 중국의 한자를 사용한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자신의 문자를 다른나라에 수출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출'은 '전파' 라는 단어로 교체,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그 어떤 금전적인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 40명에게만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한글섬이 생겼다.', '한글을 수출 한다.' 등의 말들은 현실을 외면한 과대평가로 볼 수 있다.

또 주목할만한 것은 이미 한글으 자국의 문자로 차용하려고 시도한 나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태국의 라후(Lahu)족은 2003년 부터 자신들의 언어를, 동티모르는 2004년 부터 떼뚬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으며, 또 중국은 2002년 로바족, 2008년 웡키족이 한글 표기를 시도했으며, 오로첸족은 2004년 부터 한글 표기를 시도 중이다. 네팔에선 체팡족이 한글 표기를 시도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선 윌리오족이 한자, 아랍문자와 함께 한글로 자국의 언어를 표기하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수언어의 자료를 수집, 문서화 해 보존하려는 바벨계획(Babel Initiative)을 추진하고 있다. 문자가 없어 구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언어의 문자 체계를 개발해 보급하고 기록으로 남겨서 사멸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 계획에 만약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우리 한글이 선택되어 성공적으로 펼쳐지려면 앞서 기술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정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언어와 문자의 성격이 얼마나 잘 맞는지 판단한 수에 적용해야만 한다.

한글이 전파되는 것은 환영한다. 한글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될 것이기 대문이다. 하지만 전파되지 않는다고 없어질 한글의 우수성이 아니다. '남들이 한글을 써야 우수성을 니정받는 것이다'라는 생각은 우선 버렸으면 좋겠다.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만드실 때 외국인에게 주고자 만드신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만드신 한국어를 위한 한글이다. 철 없는 애국심에 전율을 느끼기 전에 한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며 되짚어 보아야 하겠다.



글을 마치며

작년 10월 10일,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우린 한글을 써요 - 찌아찌아족의 부톤섬을 가다'라는 제목 아래 한글날 특집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당시 제작진들은 부푼 꿈을 가지고 갔을 겁니다. 한글 섬이라고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착한 그들에게 한글의 흔적을 찾기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도로 표지판 조차 한글로 표기 되어 있지 않던 상황에서 제작진은 무엇을 찍어야 했을까요?
결국 60분 방송분량 중 8분 정도의 수업 장면 외에는 여행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제목만 한글날 특집이었지 볼께 없었습니다. 그게 현실이었던 겁니다.

오늘 글을 올리려고 이런저런 기사와 블로그를 보다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습니다. 비슷한 제목들도 많이 있더군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 할 수 있다면 이런 제목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국인의 로마자, 한자 사랑' 이렇게 말이죠. 우리가 얼마나 사랑합니가? 거의 매일 쓰다시피 하는데^^

제가 보기엔 이 일로 인해 우리 보다는 바우바우시와 찌아찌아족이 많은 이득을 챙긴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울시는 바우바우시와 문화교류 협약을 맺었고(http://blog.naver.com/ohsehoon4u/120097756002)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많은 후원을 했습니다.(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0/09/2009100900625.html)
것 뿐일까요? 관광객도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00328/27187734/1)
 
그들이 이것을 악의적으로 노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전파는 한국 모 단체에서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조금은 진정하고 상황을 균형있게 잘 바라봅시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점은 잘 된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여론에 휩쓸려 개인의 사고를 휴지통에 내던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자, 제 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댓글 달아주세요~^^ (시간나시면 밑에 기사도 하나 읽어보시길 바래요.)

찌아찌아족 가르칠 교사 1년간 자원 봉사?(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823737)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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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을 잘 읽으셨다면 댓글 하나 남겨주는 센스 발휘해 봅시다!!
  2. 국어의 명칭을 '나랏말씀'으로 2010/10/29 21:55  Modify/Delete  Reply  Address

    공식언어로 지정했다는 말을 바우바우시장이 부인했다는 말을 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허가요청을 한적도 없고 허가받은 적도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관련 기사중에 한국의 노래를 학생들이 불렀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했는데
    이런 것들이 문화침략으로 반발을 살 우려가 충분히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사들이 신뢰성이 없으니 마음놓고 읽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escribir.kr BlogIcon TheBlah 2010/11/04 00:08  Modify/Delete  Address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허가해 준 적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었죠. 하지만 서울시와 한 한글단체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는듯한 형국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양상이 국제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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